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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농사꾼의 매실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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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54회 작성일 18-07-0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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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농사꾼의 매실이야기

고영재 생산자 (전남 장흥 천관산 매실농원)

 

매실과의 첫 인연은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머니의 지극한 보살핌 속에 초등학교에 다니던 코흘리개 시절입니다.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도시락 한 가운덴 어김없이 매실 한 톨이 박혀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매실이 있는 한, 아무리 더워도 밥이 쉬는 법은 없을 것이다.” 매실의 효능을 어렴풋이 짐작할 따름이었습니다.

다시 매실을 만난 것은 6년 전입니다. 경향신문 사장을 마지막으로 34년 동안의 언론인생을 마감하고, 인생2모작의 방향을 모색하던 때였습니다. “이왕이면 전혀 다른 새 길을 가 보자.” 머릿속을 스치는 상념들은 한 점으로 모아졌습니다. 자연, 순리, 고향, 농사. 문제는 60대 중반의 나이와 체력이었습니다. 게다가 게으르기까지 했으니. 그러나 매실 농사 도전을 결심했습니다. 고향에 3천여평 땅이 있었고, ‘장흥 매실은 예로부터 조선 궁궐에서도 사랑받았던 명품이었다는 점이 저를 한층 부추겼습니다.

매실의 원산지는 중국, 그 재배 역사는 47년쯤으로 추정됩니다. 우리나라에 전래된 시기는, <삼국사기><삼국유사> 기록으로 미루어 15백년쯤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합니다. 6백년 전, <세종실록지리지>엔 매실의 생산지와 종류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 등장합니다. 조선 초기엔 매실이 널리, 그리고 다양하게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재배지역은 주로 기온이 따뜻한 남부지역, 특히 전라도(순천, 장흥, 광양, 나주, 담양, 보성 등)가 그 중심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1530) <증보산림경제>(1766) 등에도 매실 특산지와 활용 방법 등이 등장합니다. ‘오매(연기에 그을려 말린 매실)와 꿀을 이용한 한여름 매실차는 갈증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매화는 난초, 국화, 대나무와 더불어 4군자로 불리며 옛 문인들의 벗으로서, 문인화의 대상으로서도 이름이 높지 않습니까. 4군자는 우리 문화 속에서 절개와 지조의 상징으로 널리 애호된 것입니다. 4군자는 추위와 고난 속에서도 스스로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 생태적 특징을 공통적으로 지닌 터입니다. 매화는 우리 문화, 정신세계와도 깊은 인연을 맺어온 셈입니다.

이젠 매실의 효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스트레스는 체질 산성화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실은 현대인의 산성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첨병으로 꼽힙니다. 우리 몸의 혈액은 ph7.4로 약알카리성입니다. 매실은 칼륨이나 칼슘 등 무기질이 풍부한 알카리성 식품입니다. 매실을 꾸준히 먹으면 체질이 산성으로 기우는 것을 막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매실에는 구연산을 포함한 각종 유기산과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기 때문입니다.

매실은 간장을 보호하고 간기능을 향상시킵니다. 독성물질을 해독하는 신체기관이 간입니다. 매실에는 간 기능을 향상시키는 피루브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술을 마신 뒤 매실엑기스를 물에 타 마시면 다음날 아침 한결 가뿐해지는 것은 그 덕분입니다. 구연산은 피로를 유발하는 물질인 젖산을 분해시켜 몸밖으로 배출시키는 데도 뛰어납니다.

매실은 칼슘의 흡수율을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매실식품은 임산부와 폐경기 여성에게 적극적으로 권할 만합니다. 칼슘 함유량은 포도의 2, 멜론의 4배에 이릅니다. 칼슘은 장에서 흡수되기 어려운 성질이 있으나 구연산과 결합하면 흡수율이 크게 높아진다고 합니다. 칼슘이 필요한 성장기 어린이, 임산부, 폐경기 여성에게 매우 좋은 까닭입니다.

강력한 살균·살충 작용도 매실의 자랑입니다. 매실 농축액은 이질·장티푸스·대장균의 발육을 억제하고 비브리오균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염병이 유행하던 때나 전쟁터에서 매실이 유용하게 쓰였던 것도 매실의 살균효과 때문이었습니다. 그밖에도 많습니다. 소화불량이나 위장장애, 만성변비, 열을 내리고 염증을 없애는 데도 매실 농축액은 뛰어난 효과를 나타냅니다.

5월에 유통되는 매실에 유의하십시오. 충분히 잘 익은 매실의 씨에는 독이 없습니다.

최근 수년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매실의 유해성 논란이 일었습니다. 약도 때로는 독이 될 수 있고, 독도 쓰기에 따라 약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진실입니다. 이는 변함없는 세상의 이치이자, 자연의 섭리를 함축한 말입니다. 그러나 매실의 독성 논란은 오해나 무지의 산물임을 분명하게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논란의 주인공은 아미그달린(Amygdalin)입니다. 아미그달린은 살구씨에서 처음 발견된 물질입니다. 이는 식물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물질입니다. 특히 살구와 4촌격인 매실과 복숭아의 종자에 많이 함유돼 있습니다. 이것이 해롭다는 것은 시안화수소(청산)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풋매실에는 아미그달린 성분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성숙한 매실은 그 성분이 현저하게 감소합니다. 인체에 해롭지 않은 것은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위험한 매실안전한 매실을 구분하는 방법은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그리고 간단합니다. 매실을 과도로 잘라보십시오. 매실이 싹뚝 손쉽게 잘리면 아직 익지 않은 풋매실, 위험한 매실입니다. 반면, 매실 핵이 단단하게 굳어 잘리지 않는다면 안심하게 드십시오. 최근에는 아미그달린이 항암제로 쓰이면서 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는 점도 음미해볼 대목입니다.

매실의 수확시기가 그래서 중요합니다. 잘 여문 청매는 6월 상·중순, 잘 익은 황매는 6월 하순에 얻을 수 있습니다. 5월에 유통되는 매실에 대해서는 일단 유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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